발행인칼럼2

제목뉴카슬에서 만난 사람들 #8382022-07-23 22:03

뉴카슬에서 만난 사람들

 

낮에도 갈치가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뉴카슬은 하루 종일 사람들로 북적댄다고 합니다. 한창 갈치가 많을 때는 한꺼번에 600명 이상이 낚시를 하기도 했답니다. 정말 뉴카슬에는 갈치가 백만 마리쯤 있었나 봅니다.

 

교수님뉴카슬에서 알게 된 60대 남자를 저는 그렇게 부릅니다. 그곳에서 몇 번 마주치면서 친해진 그는 갈치낚시의 달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어리를 미끼로 사용하지만 그는 루어(Lure) , 고무로 만든 가짜 미끼가 달린 조그마한 낚싯대 하나만을 들고 다닙니다.

 

그가 낚싯대를 던져놓고 현란한(?) 손동작을 펼치면 이내 갈치가 물려나옵니다. 그렇게 그는 눈깜짝할 새에 여러 마리의 갈치를 잡아 올려 옆 사람들에게 건네줍니다. 갈치를 잘 못 잡거나 초보인 듯싶은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게 낚시 법까지 일러줍니다.

 

그러한 그를 저는 뉴카슬대학 갈치학과 교수님이라 칭하고 있는 겁니다. 뉴카슬에 산다는 그는 그 큰 캠퍼스의(?) 끝에서 끝까지를 누비며 많은 사람들에게 갈치를 선물하고 다닙니다. 하루에 수백 마리의 갈치를 잡아 나눠주고 정작 자신은 밤늦게 두 마리만 들고 집으로 간다고 합니다.

 

2주 전 토요일에도 산행을 끝내고 아내와 저는 뉴카슬을 찾았습니다. 주말인 탓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고 우리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 둘과 낚시를 하고 있는 30대 한국인 부부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아내와 저는 갈치를 잡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도 갈치가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던 상황이었기에 주변사람들이 우리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습니다. 특히 우리 오른쪽의 그 부부는 열심히 낚싯대를 던지고 있었지만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아내가 저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습니다. “자기야, 우리 저 사람들한테 갈치 한 마리 주자.” 안 그래도 나중에 한 두 마리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아내도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한 겁니다. 아내가 갈치 한 마리를 들고 그 가족에게 다가갔습니다. “이거, 아이들 구워주세요.” 아이아빠가 고맙고 미안한 얼굴로 갈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낚시, 이번에는 제가 갈치 한 마리를 들고 그들에게 갔습니다. “두 마리는 돼야 네 식구가 드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알고 보니 그 가족은 그날 처음 갈치낚시를 온 거였습니다. 경험도 없고 낚시채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으니 갈치가 잡힐 리가 없었습니다. 아내가 그들에게 채비를 빌려주고 낚시 법을 일러줬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아빠가 갈치를 한 마리 잡았고 가족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아빠는 갈치를 웬만큼 걷어 올려 줄이 팽팽해진 상태로 큰아들에게 낚싯대를 건네줬습니다. 아이에게 짜릿한 손맛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갈치를 들어올린 아이는 달뜬 표정으로 포즈를 잡았고 엄마는 셔터를 눌렀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내와 저의 얼굴에서도 흐뭇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갈치낚시의 즐거움도 느끼고 직접 잡은 갈치를 저녁식탁에 올리고 싶었을 엄마아빠에게 그날 아이스박스에 담긴 네 마리의 갈치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을 겁니다.

 

갈치입질이 잠시 뜸해졌을 때 아이엄마가 우리에게 건네준 시원한 콜라 두 캔은 내리 쬐는 햇볕에서 고마운 청량제가 됐습니다. 블랙타운에서 왔다는 그 가족은 아이들 방학 때 또 와야겠다며 우리에게 따뜻한 커피 두 잔을 타주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들이 다시 올 때는 낚시채비도 제대로 할 것이고 갈치도 더 많이 잡을 것입니다.

 

그날도 아내와 저는 예외 없이 갈치 20마리를 담아왔습니다. 그날 우리가 다른 때보다 더 기분이 좋았던 건 우리 옆자리의 그 가족들 덕분이었습니다. 엄마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낚시를 즐기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고 그들이 갈치 맛을 볼 수 있게 된 게 정말 기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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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