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사람이 좋은 이유는… #8192022-07-23 21:45

사람이 좋은 이유는

 

사실, 우리 집은 여러 사람이 모여 놀기에 딱 좋게 돼있습니다. 운동장처럼 넓지는 않지만 뒷마당 데크에서 30명 정도까지는 너끈히 앉아 음식을 먹으며 즐길 수 있습니다.

 

데크에도 주방시설은 물론 전기, 수도, 가스까지가 다 들어와있어 한 자리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방충 스크린 덕분에 모기 걱정도 없고 기분 좋게 술 한잔 하고 나서 만나는 노래방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아내와 저는 비 오는 날이면 파골라 안에서 커피잔 혹은 술잔을 마주한 채 촉촉히 젖어 내리는 뒷마당 잔디를 바라보며 또 다른 정취를 느끼곤 합니다.

 

가까운 지인들은 우리 집에 오는 걸 그리고 우리 집에서 여럿이 모이는 걸 좋아합니다. 우리 동네 스트릿 이름을 따서 오렌지까페로 불리던 우리 집은 언제부터인가 오렌지리조트로 승격이(?) 됐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오렌지리조트는 다시 한 무리의 사람들로 북적댔습니다. 우리 시드니산사랑 멤버들이 산행을 마치고 한 자리에 모인 겁니다. 평소에는 산행이 끝나면 점심시간이 가까워오는 시간임에도 그대로 헤어지는 우리 산행 사람들은 가끔 이런 식으로 모여 단합대회를 갖습니다.

 

불 판 위에서는 고기가 익고 사람들은 맛 있는 음식과 정겨운 이야기들로 시간가는 줄을 모릅니다. 저 만치에서는 절정을 넘긴 자카란다가 보랏빛 눈꽃을 뿌리며 마지막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윷놀이열네 명이 뿜어내는 열기는 실로 대단했고 환호와 탄식이 교차된 가운데 이번에는 지난주 단체여행 때 패했던 팀이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이번에는 양팀 모두 떼쟁이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우리 팀은 이상하리만치 많은 낙쟁이들이(?) 출몰하는 바람에 패배의 쓴 잔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일 산행 도중 우리 팀이 낼 커피는 세상 그 어떤 커피보다도 훨씬 달콤하고 맛있을 겁니다.

 

그렇게 한바탕 흐드러지게 놀고 난 후에도 우리의 행복한 자리는 저녁 여덟 시를 훌쩍 넘기면서까지 계속됐습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뭐가 그리 할 얘기가 많은지 모두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담소를 나눴습니다.

 

아내는 이번 주 마감 후 먹으려고 짱(?)박아뒀던 왕 문어를 문어숙회로 내놨고 스카치 위스키 한 병까지 풀었습니다. 그렇게 아내와 저는 집안살림 거덜나는(?) 줄도 모르고 좋은 사람들과의 유쾌한 시간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 있을 때도 우리 집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수영을 하던 아파트 친구들은 거의 매일을 우리 집에 모여 윷놀이 판을 벌였고 저의 동료 선후배들도 이상하리만치 우리 집에서 모이는 걸 좋아했습니다.

 

어쨌거나 손님들이 오면 이래저래 할 일도 많고 번거로울 텐데도 아내는 단 한번도 싫은 내색 없이 세심하게 자리를 챙겨줬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자리는 보통 몇 시간을 이어져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게 마련입니다.

 

아내는 아주 절친한 사람들이 아니면 자리를 함께 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상차림을 마치고 잠시 얼굴을 비치고는 이내 안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필요한 게 없는지는 잊지 않고 잘 챙겨줍니다.

 

당시로서는 한바탕 먹고 놀고 간 후의 모든 정리는 고스란히 아내의 몫이었는데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 감 앞에서 아내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사람들이 우리가 싫거나 불편해 봐, 우리 집에 오려고 하겠어? 이렇게 와주는 것도 고마운 일이야.” 착한 건지 바보인 건지그렇게 바보처럼 착한 아내의 사람 사랑은 이곳 시드니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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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