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배워야 할 두 아이와 아빠의 모습 다섯 살쯤 됐을까? 귀엽게 생긴
남자아이 하나가 아빠 곁에서 열심히(?)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낚싯대를 멀리 던져주면 그걸 귀엽게 들고 있는 겁니다. 중간중간 아빠와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조근조근 재잘대기도 합니다. 어? 아이가 또 있었네? 이번에는
금발의 소녀 하나가 차 안에서 나옵니다. 아까 그 남자아이보다 두 살쯤 더 많아 보입니다. 그렇게 아빠와 두 아이는 나란히 의자에 앉아 평화로운, 그리고 아름다운 낚시를 즐기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답게 두 아이는 차 안에 들어가 DVD 플레이어를 통해 영화를
보다가 다시 아빠 곁을 지키곤 했습니다. 그날따라 물고기가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아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넋을
놓고 있는 상황이었고 저는 바로 옆자리의 귀엽고 예쁜 아이들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갈치 낚시를 하는 곳에는 호주인들은 거의 오지 않고 한국 사람들을
비롯해 중국, 월남, 인도 등 아시아 사람들이 주를 이루는데
그날따라 그 사람들이 그곳에 왔습니다. 그들은 밝을 때부터 와있었던 것 같고 밤 아홉 시 반쯤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아빠는 낚싯대 두 대를 접고 나서 남은 미끼들을 모두 바다로 던져줬습니다. 의자를 걷고 이런저런 도구들을 차에 옮겨놓더니 자신들이 앉아 있던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빠를 도왔습니다. 이윽고 그들이 떠난 후, 슬그머니
그들이 있던 자리로 가봤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빗자루로
쓸어낸 것처럼 깨끗한 모습을 보며 평소 여기저기 어질러놓고 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봤습니다. 언제 그래 놨는지 우리가 앉아 있던 근처에는 석탄이 타고난 흔적이 고스란히
있고 여기저기 수도 없는 담배꽁초와 이런저런 쓰레기 조각들이 널려 있습니다. 끊어진 낚싯줄, 다 쓰고 난
케미, 미끼 봉투, 미끼로 쓰고 난 정어리 대가리들, 휴지조각, 빈 맥주병, 캔
커피 깡통, 1회용 컵…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쓰레기들이
가득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쓰레기를 잔뜩 담은 비닐봉투를 ‘쓰레기는 각자 가져 가세요’라고 쓰인 팻말 앞에 놓고 갑니다. 한 사람이 그렇게 쓰레기 봉투를 버리고 가면 그 주변에는 금세 쓰레기 봉투들이 수북해집니다. 자신이 만든 쓰레기는 트렁크에 싣고 집으로 가져가 쓰레기통에 넣으면 될
텐데 그걸 왜 버리고 가는 걸까요? 차가 더러워질까 봐? 차
안에서 냄새가 날까 봐? 어떠한 경우든 매우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그렇게 버리고 간 쓰레기들은 결국 카운슬 사람들이 치우겠지만 함께 그곳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 많은 쓰레기들을 허구한날 가져올 수도 없는
일이고…. “여기만큼 낚시하기 좋은 데가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불도 피우고 하다 보면 이곳에서의 낚시를 금지 당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기
전에 우리 스스로가 깨끗이 가꾸고 지켜나가야지요.” 우리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는 그곳을 지키는 건 순전히 우리의 몫입니다. 그분 이야기대로 자체적인 정화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전에 각자 자기가 해야 할 도리만 잘 지켜주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