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의 추억… 어찌 보면 참 무모하기도 하고 비생산적,
비효율적이기도 합니다. 몇 시간을 기다리다가 한 마리도 못 잡고 빈 통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 그곳을 찾는 건 “오늘은 잡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서일 겁니다. 실제로 갈치를 잡기 위해 매일 낚시터로 출근하다시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내와 저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그곳에 가는데 주변사람들 얘기처럼 우리가
‘어복’이 있어서인지 갈 때마다(?) 갈치를 챙겨옵니다. 물론, 전체적으로
안 나올 때는 우리도 꽝이지만 한 마리라도 나오는 날이면 희한하게도 우리는 갈치를 담아옵니다. 한달 전쯤에는 ‘미친 듯이’ 갈치를 끌어올린 날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은 조용한데
아내와 저만 정신 없이 바빴습니다. 목요일 저녁 <코리아타운> 마감을 끝내놓고 도착한 낚시터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습니다. 마침
빈 자리가 있어 그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날 아내와 저는 세 시간 남짓 동안 무려 열 마리의 갈치를 끌어 올렸습니다. 한두 마리, 많으면 네댓 마리까지는
잡아봤지만 그런 날은 또 처음이었습니다. 끌어올리면 물고 내려놓으면 또 물고… 주변에서는 그런 우리를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연거푸 두 마리를 끌어올리는 바람에 정신 없이 녀석들을 한쪽으로
옮겨놓는데 제 찌가 앞쪽까지 많이 떠내려와 있는 게 보였습니다. 잘못하면 돌에 걸리겠다 싶어 얼른 감아
올리는데 릴이 돌아가지를 않았습니다. “에이, 벌써 걸렸구나” 싶어 짜증이 났는데… 이게 웬 일입니까? 제 낚싯대에는 덩치가 산만한 갈치가 한 마리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막판에
일어났습니다. 주변의 못 잡은 사람들에게 갈치를 한 마리씩 나눠주고 짐을 챙기는데 한참 전에 던져놨던
낚싯대를 걷어 올리던 아내가 다급한 목소리로 저를 불렀습니다. 세상에! 거기에 또 갈치 한
마리가 물려 있는 겁니다. 대박도 그런 대박이 없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집에 돌아와 아직도 살아서 펄떡펄떡(?) 뛰는 녀석 덕분에 맛있는 갈치회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진한 위스키 몇 잔도 곁들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참 어이없게 갈치를 잡은 적도 꽤 여러 번입니다. 하도 입질이 없어 낚싯대를 던져놓고 화장실에 다녀와보니 갈치가 물려 있었던 적도 있고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찌가 안보여 감아 올렸더니 갈치가 달려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모발폰으로 은행계좌도 체크하고 이런저런 뉴스를 보며 딴짓을 하다가 알아서(?) 잡혀 있는 갈치를 주워 올리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옐로테일 새끼들만 계속 깔짝대길래 낚싯대를 던져놓고 컵라면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야, 자기 꺼 입질하는 거 같아” 하는 아내의 얘기에 “냅둬, 또
옐로테일이지 뭐. 이거 다 먹고 걷을 게”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낚싯대가 우당탕 하며 앞으로 끌려가는 게 보였습니다. 얼른 달려가 낚아챘더니 덩치가 엄청 큰 괴물갈치 한 마리가 몸부림을 치고 있었습니다. 물론, 약아빠진 녀석들과 집요한
싸움을 계속한 끝에 잡아 올린 적도 많지만 이처럼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잡은 경우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물론, 평소에는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야겠지만 가끔씩은 생각지도 않았던 행운이 찾아와 우리를 기쁘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막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날씨처럼….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