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내가 뭘?” #6332022-07-23 18:12

내가 뭘?”

 

모르는 얘기라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다. 이 사건은 발생한 지 4년이 다 돼가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할 뿐만 아니라, 당시 중요한 다섯 개의 선거를 몇 달 간격으로 연속적으로 치렀던 관계로…”

 

지난 1 18, 박희태 당시 한국 국회의장이 ‘2008년 한나라당 (현재의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자신은 모르는 얘기라고 부인하며 기자들 앞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국회의장직 즉각 사퇴를 촉구했지만 한동안 그런 식으로 발뺌을 계속하던 그는 결국 한 달을 채 못 넘긴 2 9, 국회의장 자리를 슬그머니 내놓았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인 사단법인 한국투명성기구가 지난 한 달간 각종 언론에 보도된 기사와 자료를 검색해부패뉴스 및 반부패뉴스를 선정, 발표했는데 박희태 국회의장, 돈봉투 비리의혹으로 불명예 사퇴가 부패뉴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오는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고,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소정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한 그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긴 했지만 검찰은 그를 소환하는 대신 이례적으로 국회의장 공관 방문조사라는 걸 실시해 여론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 차라리 카톡으로 수사하지 그러느냐?”는 비아냥도 터져 나왔습니다.

 

그런 희한한 수사 후 검찰은 그에게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공직을 사퇴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 처분한다면죄부를 줬습니다. 사전에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이긴 하지만 결국 그들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또 한 차례 무시하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한국의 유명 외국어학원에서 한 외국인 인기강사가 여학생들을 성추행 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평소 영어도 잘 가르치고 매너도 좋았던 그 강사의 성추행 전모가 드러나면서 많은 학생들이 그곳을 떠나버려 학원은 이전에 비해 많이 썰렁해졌고 여론의 비난도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 학원 원장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며 용케 면죄부를 받은 문제의 그 강사를 계속 고용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어린 딸이 그 같은 일을 당했더라도 과연 그 원장은 그런 자세를 취할 수 있었을지 의심이 갑니다.

 

반면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대표가 그럴 리가 없는데…” 한 시민단체를 이끌고 있던 김수현씨가 공금횡령 소문에 휩싸이자 주변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수사결과 그는 부정한 일을 저지른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그 같은 소문에 휩싸이고 의혹을 받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임을 느낀다며 김수현씨는 그 길로 그 시민단체를 떠났습니다.

 

앞서 언급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성추행을 저지른 외국인 강사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깨끗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게 맞습니다. “내가 뭘?” 또는 내가 왜?” 하는 식의 자세로 일관하다가 막판에 그 치부가 완전히 드러나게 되면 그 비참함과 주변 사람들이 받는 상처는 몇 배 더 커집니다.

 

얼마 전에도 언급했지만 교직자나 성직자, 봉사단체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같은 덕목이 더더욱 강하게 요구됩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어찌어찌 상부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게 끝은 아닙니다. 진실은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지게 마련이고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말도 안 되는 면죄부를 무기 삼아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내가 뭘?” 또는 내가 왜?” 하는 식으로 버티는 건 이제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악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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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