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빼앗긴 것 같아서요…” “왠지 딸을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모처럼 왔다가도 ‘집에 가서 시부모님과 함께 먹어야 한다’며 저녁밥도 안 먹고 가는 거예요. 한편으론 딸이 이해가 되면서도
섭섭하기도 하고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하고…” 작년에 딸을 시집 보낸 한 지인의 넋두리(?)입니다. 결혼
후 딸이 엄마 아빠를 보러 오는 횟수도 적을뿐더러 어쩌다 온다 하더라도 얼마 있지 않다가 이내 가버리는 게 엄마로서는 못내 아쉬운 겁니다. “그러다 보니 ‘역시
부부밖에는 없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더군요. 자식들
결혼시키고 나면 남는 건 결국 부부뿐인데 서로를 더 많이 챙기고 잘 해줘야겠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엔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함께 하는 시간도 자주 갖곤 합니다.” 아무래도 엄마들이 아빠들에 비해 자식을 아끼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 크고 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열 달 동안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떠세요? 딸내미
시집 보내고 나니까 많이 섭섭하시지요?” 작년 5월 딸아이를
결혼시키고 난 후 한동안 아내와 제가 많이 받았던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아니요, 세상 편합니다. 덕분에
우린 지금 제2의 신혼을 즐기고 있는 걸요”였습니다. 실제로 아내와 저는 신혼다운 신혼을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어머니를 모셔야 했고
아들녀석이 허니문 베이비로 생기는 바람에 둘만의 오붓한 생활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때문에 딸아이가
결혼을 하고 아들녀석이 독립을 시작한 요즘이 아내와 저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신혼생활과 다름 아닙니다. ‘바늘과 실’이라는
놀림을 받을 만큼 아내와 제가 함께 하는 시간은 안에서나 밖에서나 많습니다. 게다가 둘 다 낚시를 좋아하는
덕분에 낚시터에서도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곤 합니다. “얼마나 좋으세요. 두 분이 함께 다니시니. 우리 마누라는 한 번이라도 함께 와서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하여튼 김 사장님이 많이 부럽습니다.” 독립해 사는 아들녀석도, 결혼한 딸아이도 저는 일주일에 나흘은 그 아이들 얼굴을 봅니다. 두 아이 모두 저와 함께 <코리아 타운>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내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일부러 시간을 만들기 전에는 아이들 얼굴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선영아, 엄마가 오늘
저녁에 삼겹살 먹자는데 네 신랑이랑 집에 올래?”라든지 “진영아, 내일 점심에 스시 먹을까?” 하는 식으로 가끔씩 제가 딸아이와 아들녀석에게
넌지시 미끼를(?) 던지고 아이들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우리와 함께 합니다. 우리의 경우는 아들녀석이나 딸아이 부부가 이스트우드에 살고 있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저는 되도록 아이들이 자신들의 생활을 가질 수 있도록 내버려둡니다. 기특하고 고맙게도 특별한 날이나 가끔씩은 딸아이 부부와 아들녀석이 알아서 우리와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듭니다. 그럼에도 엄마의 마음은 늘 좀 더 많은 것을 먹이고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갈치회가
지금껏 먹어 본 회 중에서 가장 맛 있는 것 같아. 애들도 먹이면 좋을 텐데… 민어 매운탕 정말 부드럽고 맛 있다. 애들도 참 좋아할 텐데…” 아내가 자주 하는 얘기입니다. 이는 비단 제 아내에게만 국한 된 얘기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 지인의 넋두리를 들으면서 ‘결혼해서, 혹은 독립해서 따로 사는 자녀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만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