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드니… 요즘 한국에서는 ‘최효종’이라는 스물다섯 살짜리 개그맨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달 2일 KBS 2TV 개그콘서트 ‘사마귀유치원’에서 펼친 그의 개그 때문입니다. “어른이’ 여러분, 국회의원이 되는 거 어렵지 않아요. 아주 쉬워요. (중략) 집권여당의 수뇌부와 친해져서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되는데 출마할 때도 공탁금 2억만 들고 선관위로 찾아가면 돼요. 너무 쉽죠? 네, 이렇게 후보가 돼서 당선되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그냥 선거유세 때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구요.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한 번에 먹으면 돼요. 선거유세
때 공약도 어렵지 않아요.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든가 지하철역을 개통해준다든가… 어, 현실이 너무 어렵다구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돼요. 이래도 당선이 될까 걱정이라면 상대방 진영의 약점만 잡으면 되는데 과연
아내 이름으로 땅은 투기하지 않았는지 세금은 잘 내고 있는지 이것만 알아내세요. 아, 그래도 끝까지 없다면 사돈의 팔촌까지 뒤지세요. 무조건 하나는 걸리게
돼 있어요. 이렇게 해서 여러분, 이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가 있어요. 여러분, 이렇게 쉽게
국회의원이 돼서 꼭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세요.” 그런데 이 개그는 국회의원 강용석이 개그맨 최효종을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죄’로 형사 고소, 사회적 공분을 사면서 큰 이슈가 됐습니다. SBS 정성근 앵커는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다. 개그를 다큐로 받은 거다. 아니면
너무 딱 맞는 말을 해 뜨끔했던 거다”라며 일침을 가했고, MBC 최일구
앵커도 “정치인이 풍자 개그맨을 고소해 ‘진짜 개그’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미국의 경우엔 성역이 없고 대통령도 풍자한다. 그런다고 오바마가 고소한다고 ‘오바’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강용석 의원은 작년 7월 대학생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며 여자아나운서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아나운서 78명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1심과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장본인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 SBS ‘개그투나잇’에서 박준형·강성범 두 개그맨이 펼친 개그는 또 한 차례의 커다란 웃음과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제가 영상편지 한 번 쓰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축하 드립니다. 이번에 최효종씨 때문에 시원하게 한 번 웃기셨어요. 이러다가 연말에 SBS 코미디 대상 타시겠어요.” “진짜 고소당하겄다. 아유. 난
안 했어요. 나는 가만 있었어.” “에헤이! 주어가 없잖아요!” 주어가 없다… 2007년 12월 7일,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명박 대선후보의 광운대 특강 동영상과 관련 “CD에는 BBK를
설립했다고만 언급돼 있지 ‘내가’ 설립했다고 돼 있지는 않다. 이것을 내가 설립했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라고 해 ‘주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개그맨 박준형의 마무리 개그입니다. “국회의원
하고 개그맨 사이에 차이점이 있습니다. 먼저, 둘이서 여의도에서
웃기는 건 똑 같습니다. 저녁에 웃기면 개그맨입니다. 대낮에
웃기면 국회의원입니다. 시장 다닐 때 사람들이 악수 해주세요, 이러면
개그맨입니다. 그런데 시장 다닐 때 자기가 악수 해주세요, 그러면
국회의원입니다. 무 갈고 수박 갈고 호박 갈고 이러면 개그맨입니다. 그런데
딱 봤을 때 남들이 이를 갈면 국회의원입니다. 말 싸움을 잘 하면 개그맨입니다. 몸 싸움을 잘 하면 국회의원입니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지난
화요일(22일)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안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국회의원들은 예외 없이 여의도에서, 대낮에, 몸싸움을 벌이며 국민들을 실컷 웃겨줬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