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고통스런 방황 속에서 시작됐던 20대
초반 시절, 저는 틈만 나면 싸이클을 타고 달리곤 했습니다. 앞만
바라보며 미친(?) 속도로 달리다가 벌렁 누워 쳐다보는 하늘은 늘 고마웠고 그곳에 저의 탈출구가 있었습니다.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결코 짧지도 않았던 시간들… 당시에는 싸이클 때문에 제 자신을 가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싸이클과
한 몸이 됐던 탓에 요즘 말로 ‘말벅지’ 근육을 가질 수
있었고 지금도 나름 탄탄한 하체를 지니고 있습니다. 모두 ‘싸이클
중독’ 덕분입니다. 이후 저는 ‘공부 중독’과 ‘일 중독’ 그리고
하나를 더하면 ‘술 중독’ 정도의 그닥 재미 없는(?) 중독 현상들만 갖고 지내온 듯합니다. 남들 잘하는 여행 중독, 운동 중독, 춤 중독, 연애
중독… 이런 재미 있는 것들은 별로 겪어보지 못해 늘 아쉽습니다. Queen’s Birthday가 있었던 롱 홀리데이 기간, 마치
심술이라도 부리듯 4일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그러고 보면
참 희한하게도 연휴 기간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비가 왔던 것 같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낚시를 가든 여행을 가든 했을 텐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내린
비 때문에 이번 연휴에도 아무 데도 갈 수 없었습니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리지 않는다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낚시를 하거나 여행을 떠날 정도의 낚시광이나 여행 마니아는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낚싯대를 던져 놓고 바다와 하늘을 벗삼아 뛰어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살짝 ‘낚시 중독’ 현상이 있는 우리였기에
그렇게 연휴를 지내고 나니 왠지 몸도 찌뿌둥하고 피곤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날씨가 정말 화창하고
좋았습니다. 전주에 못했던 한풀이라도 하듯 아내와 저는 거침 없이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유난히 높고 푸른 하늘, 차 안에서 들리는 추억의 노래들, 그리고 김밥이며 과자며 과일을
까먹으며 달리는 상황은 마치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낚시터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우리는 저만치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 힘차게 첫 낚싯대를
던져놓고 막 돌아서는데 웬 놈이 저를 붙들고 늘어졌습니다. 72센티미터짜리 연어… 힘 좋은 녀석과의 한 판 승부가 벌어졌습니다.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그로부터
아내와 저는 쉴 틈도 없이 여기저기를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동안에 커다란 연어
다섯 마리를 끌어 올렸고 밥 먹을 틈도, 의자에 앉을 새도 없이 우리는 그렇게 그날 모두 ‘열 다섯 마리’의 연어를 잡았습니다. 우리보다 몇 시간 먼저 와 있던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는 혀를 내둘렀습니다. 자신들의 통에는 기껏해야 한 두 마리가 들어 있거나 또는 아예 빈 통인데 오자마자 정신 없이 잡아 올리는 우리가
신기하기도 했을 겁니다. 줄을 끊고 도망가거나 눈 앞까지 끌려 왔다가 달아난 녀석들이 열 마리는
넘었으니 그날 우리는 서른 마리 가까운 연어들로부터 짜릿한 손맛을 느꼈던 겁니다. 1인당 다섯 마리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열 한 마리째부터는 잡는 대로 옆
사람들에게 나눠줬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것도 지치고 힘들어 오후 네 시쯤 자리를 접었습니다. 전주에 낚시를 못 가서 뻐근했던 몸도 거짓말처럼 날아갈 듯 가벼워졌습니다. 중독… 확실히 맞는 것 같습니다.
그날 함께 갔던 지인 부부로부터 ‘연어의 신’이라는
칭호를 선사 받은 아내와 저는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겪는 ‘낚시 중독’에서 무한한 행복을 느끼곤 합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