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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시드니에서 한국영화를 만나면… #5822022-07-23 17:42

시드니에서 한국영화를 만나면

 

지난 연말연시 2주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영화를 편안하게 골라 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숙소가 명동 한복판에 있었던 탓에 아내와 저는 지방여행이나 사람 만나는 일정이 없는 날이면 으레 명동CGV를 찾곤 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우리는 한국영화 네 편과 외국영화 두 편 등 총 여섯 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커다란 스크린에 다이나믹한 사운드, 안락한 의자, 그리고 대형 팝콘과 콜라의 재미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한국영화는 두말 할 것도 없었고 외국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친절한 한글자막이 있어 편안했습니다. 시드니에서도 가끔 영화관을 찾긴 했지만 그 놈의 영어 때문에 늘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 예고편을 보면서 저 영화는 꼭 봤으면 좋겠다싶었던 게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는 18일 저녁 시드니 행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그 영화는 1 27일 개봉이어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을 시드니에서 보는 뜻밖의 행운을 얻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이 영화를 수입·배급하는 회사가 시사회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개봉 한달 만에 4 50만명의 관객을 동원시키며 흥행에 성공했다더니 생각했던 대로 괜찮은 영화여서 두 시간 동안 즐겁게 영화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이나 전개도 흥미로웠지만 조선시대의 영상과 지금 시대의 재치 있는 언어의 유희가 어우러져 또 다른 재미를 줬습니다. ‘불멸의 이순신이나 베토벤 바이러스그리고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접했던 것과는 또 다른 김명민의 코믹한 캐릭터가 인상적이었고, 오달수의 맛깔스런 연기와 청순녀 한지민의 농염한(?) 변신이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사실 괜찮은 한국영화를 시드니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행복입니다. 그날 우리 네 식구는 기분 좋은 영화 한 편을 본 후 덤으로(?) 맛 있는 점심식사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습니다.

 

저는 시드니에서 한국영화를 보거나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접할 때마다 고마움을 느낍니다. 한편으로는 저걸 들여오는 회사는 과연 돈 벌이가 될까?” 하는 생각도 가집니다.

 

그날도 시사회 시작 전 한국에서 영화를 들고 온 실무자가 시드니에서도 1백만 관객 돌파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인사말을 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정말 꿈 같은 숫자이지만 좋은 영화마다 우리 교민들은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몰려 들어 1백만 또는 그 이상의 관객을 돌파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한국정부도 쓸 데 없이 이리저리 새는 돈들을 해외 교민들이 고국 문화를 만나는 데 일부라도 지원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쓸 데 없는혹은 말도 안 되는생각을 잠시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저에게 지난 토요일은 좋은 영화와 가족 사랑으로 이어지는 문화 행복의 날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잠시 바쁜 일상을 멈추고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분들과 함께 문화 행복에 빠져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7일부터 로즈 리딩시네마와 어번 리딩시네마에서 기분 좋은 한국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을 편안하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한국말이 서툰 교민 2세들이나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자막이 친절하게 곁들여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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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