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란다’ 속에서… “어? 저거 보라색 나무 아니야?” “어머! 정말….” 뜻밖의 ‘보너스’였습니다. 집을 보러 왔을 때는 물론, 계약과 세틀이 마무리 될 때까지도 몰랐는데 이사를 며칠 앞두고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다른 동네에 살 때는 일부러 그 밑에 가서 사진도 찍고 꽃도 만지고 하면서
많이 부러워했던 그 ‘보라색 나무’가 바로 우리 집 뒷마당에
큼직하게 자리하고 있었던 겁니다. 요즘엔 어디를 가든 보라색 꽃으로 뒤덮인 커다란 나무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보라색 꽃들도 보라색 눈(?)처럼 예쁩니다. 자카란다 미모시폴리아 (Jacalanda
Mimosifolia). 남반구에서만 자라는 50여 종의 이 나무는 옅은 파란색, 보라색, 흰색 등의 꽃을 갖고 있는데 역시 보라색 꽃이 주종을 이룬다고
합니다. 호주에서는 12학년 학생들이
자카란다 꽃이 필 무렵 HSC 시험을 시작해서 이 꽃이 질 때쯤 시험을 끝내기 때문에 흔히 ‘HSC 꽃’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호주에만 있는 나무로 잘못 알려지기도 한 자카란다는 원산지가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의 열대, 아열대 지역과 멕시코 지역이라는데, 2010년을
월드컵 축구의 열기로 몰아 넣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화이기도 합니다. 시드니에는 지난 해보다 2주
정도 늦게 피었지만 그 아름다운 자태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아내와 저는 자주 뒷마당에 나가 자카란다
꽃 속에 파묻혀(?) 보곤 합니다. 지난 일요일(14일)이 우리가 이 집으로 이사 온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기념일 챙기기’ 좋아하는 성격답게 하루 전 날인 토요일 오후, 가깝게 지내는 다섯 가족들을 초대해 자카란다 나무 옆에서 ‘이사 1주년 기념파티’를 가졌습니다. 보라색 꽃으로 뒤덮인 뒷마당은 어둠이 깔리면서부터는 조금 일찍 만들어놓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온 사방이 번쩍거리며 분위기를 더해줬습니다. 함께 바비큐를 하고 맛 있는 음식들을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가운데
파티는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초저녁에는 가라지에 마련된 우리 집 노래방이 위용을(?) 맘껏 자랑했습니다. 함께 자리해준 지인들도, 아내와
저도 보라색 자카란다와 맛 있는 음식, 그리고 즐거운 분위기에 넘치는 행복을 느꼈습니다. 파티 시작 몇 시간 전에는 양쪽 옆집과 뒷집의 호주인, 중국인 이웃들에게 조그만 선물과 함께 “1년 동안 좋은 이웃이 돼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좋은 친구로 지내자”는 메시지를 전했고
그들의 반가운 축하도 받았습니다. “참 세월 빠르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위해 이런 준비와 저런 정리들로 바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입니다. 며칠 전 아내와 톱라이드 쇼핑센터에 갔더니 크리스마스 라이트를 비롯한 크리스마스용품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었고 캐롤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쉬움과 후회가 덜한 2010년을 위해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