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자카란다’ 속에서… #5682022-07-23 17:34

자카란다속에서

 

? 저거 보라색 나무 아니야?”

어머! 정말….”

 

뜻밖의 보너스였습니다. 집을 보러 왔을 때는 물론, 계약과 세틀이 마무리 될 때까지도 몰랐는데 이사를 며칠 앞두고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다른 동네에 살 때는 일부러 그 밑에 가서 사진도 찍고 꽃도 만지고 하면서 많이 부러워했던 그 보라색 나무가 바로 우리 집 뒷마당에 큼직하게 자리하고 있었던 겁니다.

 

요즘엔 어디를 가든 보라색 꽃으로 뒤덮인 커다란 나무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보라색 꽃들도 보라색 눈(?)처럼 예쁩니다.

 

자카란다 미모시폴리아 (Jacalanda Mimosifolia). 남반구에서만 자라는 50여 종의 이 나무는 옅은 파란색, 보라색, 흰색 등의 꽃을 갖고 있는데 역시 보라색 꽃이 주종을 이룬다고 합니다.

 

호주에서는 12학년 학생들이 자카란다 꽃이 필 무렵 HSC 시험을 시작해서 이 꽃이 질 때쯤 시험을 끝내기 때문에 흔히 ‘HSC 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호주에만 있는 나무로 잘못 알려지기도 한 자카란다는 원산지가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의 열대, 아열대 지역과 멕시코 지역이라는데, 2010년을 월드컵 축구의 열기로 몰아 넣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화이기도 합니다.

 

시드니에는 지난 해보다 2주 정도 늦게 피었지만 그 아름다운 자태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아내와 저는 자주 뒷마당에 나가 자카란다 꽃 속에 파묻혀(?) 보곤 합니다.

 

지난 일요일(14)이 우리가 이 집으로 이사 온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기념일 챙기기좋아하는 성격답게 하루 전 날인 토요일 오후, 가깝게 지내는 다섯 가족들을 초대해 자카란다 나무 옆에서 이사 1주년 기념파티를 가졌습니다.

 

보라색 꽃으로 뒤덮인 뒷마당은 어둠이 깔리면서부터는 조금 일찍 만들어놓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온 사방이 번쩍거리며 분위기를 더해줬습니다.

 

함께 바비큐를 하고 맛 있는 음식들을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가운데 파티는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초저녁에는 가라지에 마련된 우리 집 노래방이 위용을(?) 맘껏 자랑했습니다.

 

함께 자리해준 지인들도, 아내와 저도 보라색 자카란다와 맛 있는 음식, 그리고 즐거운 분위기에 넘치는 행복을 느꼈습니다.

 

파티 시작 몇 시간 전에는 양쪽 옆집과 뒷집의 호주인, 중국인 이웃들에게 조그만 선물과 함께 “1년 동안 좋은 이웃이 돼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좋은 친구로 지내자는 메시지를 전했고 그들의 반가운 축하도 받았습니다.

 

참 세월 빠르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위해 이런 준비와 저런 정리들로 바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입니다.

 

며칠 전 아내와 톱라이드 쇼핑센터에 갔더니 크리스마스 라이트를 비롯한 크리스마스용품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었고 캐롤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쉬움과 후회가 덜한 2010년을 위해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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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