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대화, 한낮의 악수

그때가 되면

어리숙한 마을 촌부들만 가들 밥이래요

감자밭 옥수수밭 훑고 돌아댕기면서

순둥이 얼굴로 손잡고 댕기면서

가차운 척

얼매나 머리 조아리는지

어르신들 머리까지 숙이게 만든다지요

 

빛도 닿지 않던 마을회관 밤불이 밭고랑에서 막 돌아온 사람들을 비춘다

현수막 속 이마 하나가 별보다 반짝인다

달덩이만 한 얼굴 하나가 해질녁을 가린다

달무리구름은 제멋대로 흘러간다

 

쏟아지는 공약

촌가의 어둠은 더욱 짙어지고

 

막장 개표

느릿한 걸음으로 납시었네

무궁화꽃 배지 달고 행차하셨네

 

일시에 무장을 풀고 눈을 깔고 치켜뜨며

얼매나 심자랑 해대는지

이 근방 땅 몽지리 사댕기면서

미꾸라지 맨치로 빠져나가는 기래요

쪼매 있어봐요 비리 하나둘 터질 거래요

시방도 가들끼리 난리래요

이래가지고 나라 꼴이 어떻게 될 끼란 말이래요

 

심야에 미꾸라지가 들뜷는다

현수막에 박힌 얼굴은 거짓 구름을 내건다

갈아엎을 겨를도 없이

 

선거철만 되면

 

 

김인옥 (문학동인캥거루 회원·2017년 문학나무 등단·재외동포문학상 수상·시집: 햇간장 달이는 시간·전자시집: 언브로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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