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초, 일본 샤프전자 한국지사장으로 부임한 일본인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저는 인터뷰 말미에 그가 던진 이야기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운명적으로 영원한 라이벌일 수밖에 없고 실제로 일본인들은 한국인을 매우 두려워하며 경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1대 1로 맞붙었을 때의 이야기이고 한국인이 두 명 이상만 모여주면 그때부터는 얼마든지 해볼 자신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지만, 남매가 시드니에서 각각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생의 식당이 맛집으로 소문이 나 그야말로 대박을 치고 있었던 반면, 누나가 하는 식당은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그러자 누나는 동생의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주방장을 비롯한 상당수의 직원들이 불법체류 혹은 일할 수 있는 비자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며 이민성에 신고를 했습니다.
크게 한 방을 맞은 동생의 식당이 다시 제정신을 차리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적법한 비자 소지자를 고용하지 않은 건 잘못이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친남매 사이에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싶은 생각에 지금도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그런 짓을 할게 아니라 ‘맛있는 식당, 친절한 식당으로 제2, 제3의 대박식당을 꿈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진하게 남습니다.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 단톡방에 올라온 글이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줘 이곳에 공유해봅니다.
양동이에 게를 한 마리만 넣어두면 그 게는 알아서 기어 올라와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가 여러 마리 함께 들어있으면 한 마리가 나가려 할 때 다른 녀석이 그 게를 잡고 계속 끌어내려 결국 모두가 못 나가게 됩니다.
이를 ‘크랩 멘탈리티 (Crab Mentality)’라 하는데 남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보지 못하고 끌어내리려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 속담 중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와 비슷한 맥락인데 이 크랩 멘탈리티와는 아주 판이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2017년 12월 10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댈러스 마라톤대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여성부 마라톤에서 1등으로 달리고 있던 뉴욕 신경정신과 의사 첸들러 셀프 씨(32세)가 결승선을 고작 183미터 남기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는데 다리가 완전히 풀린 그녀는 더 이상 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뒤를 바짝 쫓던 2등 주자에게는 우승을 할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2등 주자, 17세의 고교생 아리아나 루터먼 양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그는 첸들러 씨를 일으켜 세워 부축하며 함께 뛰기 시작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의식을 잃을 것 같은 첸들러 씨에게 아리아나 양은 “할 수 있어요. 결승선이 바로 저기 눈 앞에 있어요”라고 말하며 그녀를 계속 격려하며 함께 달렸습니다.
그리고 결승선 바로 앞에서 아리아나 양은 챈들러 씨의 등을 밀어 그녀가 1등으로 우승하도록 했습니다.
그때 미국 국민들의 시선은 1등이 아니라 2등으로 들어온 17세 소녀 아리아나 루터먼 양에게 쏠렸고 더 큰 환호와 찬사가 그녀에게 쏟아졌습니다.
이는 영원히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인류에게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어떠한 행동이 우리 모두에게 바람직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깨닫게 했습니다.
진정한 승부는 ‘경쟁’이 아니고 오히려 ‘상생’임을 깨달을 때 비로소 경기에서 정정당당한 승부가 펼쳐집니다. 이를 위해서는 승자에게는 패자의 아픔을 아우르는 미덕이, 패자에게는 패배의 쓰라림을 털어내고 새롭게 도전하는 용기와 여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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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